다시 보는 "동남아 펀드 수익율"

우습게 알았더니… 다시 보는 '동남아 펀드'

올들어 4.7% 손실… 중국·친디아의 절반안돼 천연자원 풍부하고 소비인구 늘어 경제 호조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가운데 '동남아 펀드'의 상대적인 선방(善防)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는 평균 10.35%(5일 기준), 중국 펀드는 12.98%, 친디아 펀드는 14.46%씩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지만 동남아 펀드는 4.73%의 손실만 기록했다. '펀드 수난시대'에도 다른 지역 펀드에 비해 손실 측면에서 절반도 안 되는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일단은 하락 장세 속의 관심지역인 셈. 그러나 과연 앞으로도 상대적인 선방을 해줄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왜 선방했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 국가들은 미국 경제 영향권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에다 급증하는 소비인구 등으로 작년 평균 6%대의 고성장을 보였다. 기업 공개(IPO)도 활발한 편이다. 동남아 6개국의 상장사는 3304개사, 시가총액은 1조4000억 달러(작년 11월 기준) 수준. 특히 베트남에서만 2010년까지 1500개 기업이 31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미국발 위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흥시장 중 가장 타격이 적은 곳을 고르라면 역시 동남아"라며 "특히 동남아 국가 중엔 이슬람 국가들이 많아 중동의 오일머니 유입에 있어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남아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 규제가 다소 까다로운 데다 시장시스템이 취약해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지적된다.
◆어떤 펀드가 선방했나

신한BNP봉쥬르동남아시아 클래스A는 지난해 4월 설정된 이후 2500억원 이상이 몰린 동남아 펀드의 대표주자 격이다. 급락장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1.1%만 손실이 난 데다 다른 펀드들이 10%대의 손실을 보였던 최근 3개월 동안에는 1.33%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펀드는 태국(24.7%), 인도네시아(32,3%), 필리핀(4.8%) 말레이시아(38.2%) 등 동남아 4개국에 100% 투자했으며, 운용은 파리의 BNP파리바 본사에서 맡았다. 투자 비중을 섹터별로 살펴보면, 금융주에 34.9%, 통신관련 주에 10.9%, 인프라 관련의 중장비, 기계 등에 12.7%, 에너지가 15.4%, 광물자원에 4.8% 등이다. 예상보다 광물자원 등 원자재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고 금융 부문이 높은 이유에 대해, 신한BNP파리바 길재홍 팀장은 "동남아 국가들이 과거와 달리 원자재 수출로 번 돈을 금융과 사회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투자 분야를 다양화한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가 최근 높아지는 동남아 펀드 매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NH-CA 베트남 아세안 플러스 펀드는 동남아 국가에 70%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주식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했다. 지난 2년간 중국 다음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베트남에 대한 투자 비중이 15%로 높은 편이다. NH-CA 자산운용의 박성열 운용 본부장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데다 소비세력이 등장하면서 자체 성장동력을 갖추기 시작하고 있어 중장기 투자 측면에서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동남아 펀드 역시 연초 대비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다.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 펀드 등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대안 펀드로서 동남아 펀드의 역할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일부에선 동남아 펀드 역시 향후 미국발(發) 경제 위기가 확산될 경우 그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위원은 "동남아 펀드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는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개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있다"면서 "워낙 떨어져 있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분산 투자 차원에서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굿모닝 신한증권의 이계웅 팀장은 "전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인 차원에서 짜되, 신흥시장 투자 부문에서 남미 등에 비해 동남아의 비중을 다소 높이는 전략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