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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등급 올리기 " 비밀, 알아보기

아모스 33 2007. 12. 24. 09:16

'신용등급 올리기' 비밀, 알아보니…



이사 자금 1500만원이 필요한 직장인 정주형(33·가명) 대리는 지난주 금요일 주거래은행에 찾아가 신용대출을 문의했다. 그런데 ‘최대 4000만원, 최저 이율 7.8%’라는 광고와 달리 정 대리가 빌릴 수 있는 한도는 2000만원밖에 안 됐다. 이자도 무려 연 9.8%라고 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아서 어쩔 수 없다”는 은행원 설명이 도통 이해가 안 갔다. “나는 대출도 없고 신용카드도 1개밖에 안 써요. 그런데 왜 신용등급이 낮은 거죠?”

신용등급이 낮은 720만명의 신용 회복을 돕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때문에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나는 어느 등급에 속할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보통 ‘빚이 많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신용카드를 멀리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추측을 하기 쉽다.

본지는 23일 한국신용평가(KCB)에 신용정보가 등록된 우리나라 국민 3000만명의 ‘2007년 신용등급별 금융거래 현황 통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신용등급에 대한 ‘상식’과 ‘진실’은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해 1: 빚이 많으면 신용등급 떨어진다?

흔히 빚이 많으면 신용등급이 낮고, 빚이 적으면 신용등급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 대리 역시 ‘나는 빚이 없으므로 신용등급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용등급 최상위인 1등급과 최하위인 10등급의 평균 대출액은 각각 4530만원과 4523만원으로 거의 같았다(은행과 제2금융권을 통틀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자동차할부·카드할부 등 개인 명의로 진 빚을 모두 합친 액수). 또 신용도가 높은 2~4 등급이 모두 5000만원이 넘는 평균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빚의 절대 규모는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못 준다는 이야기다.

KCB는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액수는 큰 차이는 없으며 다만 대출 받는 이유가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1~4등급에서는 직장인들의 주택담보 대출이, 5~7등급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창업·운영 자금이 많은 편이다.

◆오해 2: 신용카드 많이 쓰면 신용도 낮다?

정 대리는 ‘신용카드를 많이 발급받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입사 후 6년간 단 1장의 신용카드만 써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위 등급(1~5 등급)일수록 발급받은 신용카드도 많고, 실제로 이용하는 카드도 많다. 물론 신용카드 사용액도 많다. 1등급의 경우 발급받은 카드 수가 평균 3.47개로 가장 적은 카드를 갖고 있는 8등급(2.15개)의 1.6배에 이른다. 또 1등급은 평균 1.99개의 카드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9등급(1.47개)의 1.4배이다. 그러나 상위 등급은 예상대로 연체는 거의 하지 않는다. 1~3등급의 경우 월평균 카드 연체액이 ‘0원’으로 집계됐다.

정 대리의 경우 카드를 지나치게 활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용등급을 갉아먹었다. KCB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고 신용등급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신용카드를 활발하게 이용하되 연체를 하지 않으면 신용등급 상승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도 올리는 비법: 잘 쓰고 잘 갚는다

물론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신용도, 즉 빚을 얼마나 잘 갚느냐는 것이다. 신용등급 간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指標) 역시 연체 지표이다.

전체 대출액에서 월평균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1~4등급은 0.01~0.03%로 거의 제로에 가까운 반면, 8등급은 2.96%로 뛰고 10등급은 18.33%에 달했다.

카드 대금 연체도 마찬가지다. 월평균 카드대금 연체액을 월평균 카드 이용액으로 나눈 비율이 1~3등급은 0%였으나, 9등급은 65%로 껑충 뛰고, 10등급은 월 카드 대금의 6배가 연체돼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B는 “신용등급에 대한 무수한 억측이 있지만, 신용등급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빚을 제때 갚느냐는 문제”라며 “빚을 적절히 쓰고 또 잘 갚으면 신용등급은 올라간다”고 조언했다. 신용등급 1~2등급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대출 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1등급의 신용대출 한도는 2129만원이지만, 3등급은 절반 수준인 1287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정 대리의 경우처럼 신용을 잘 지킨다면, 필요할 때 대출을 받거나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신용등급에도 플러스가 될 수 있다.


◆개인신용등급

개인신용정보 업체가 금융기관들로부터 개인의 금융 서비스 이용 실적을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개인의 신용도를 점수로 환산해 최고(1등급)에서 최저(10등급)로 분류해 놓은 것.



◆KCB(한국개인신용)

국내 19개 금융기관이 지난 2005년 설립한 개인신용정보회사로, 은행·신용카드·보험·상호저축은행 등 개인의 금융 거래 실적을 포괄적으로 수집해 개인신용등급을 매긴다. 현재 60여 개의 회원사(국내 금융기관)와 신용정보 및 금융 거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