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으로 나가보니..
애써 부르지 않고도
늘 팔 벌리고 맞이하는
그대 품으로 갔습니다
넘치도록 넉넉한
그 푸른 가슴에 안기고 보니
나도 초록물이 듭니다
논두렁 두렁마다
깨끗이 면도한 얼굴처럼
풀 베기가 되어있고
영글어 가는 벼들이 들판을 채우는데
길섶 무궁화 나무 친구되어
휘돌아 올라간 호박 줄기에는
어린 아이 피부처럼 뽀얀
애호박이 생긋 웃고 있습니다
스치는 바람에도 단물이 들어
가을이 저기 온다고 속삭이는데
산머리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
지나는 길목마다 발걸음 부여잡는
산나리 꽃이며 산 도라지 보라꽃
아담한 농가에도
정다운 이야기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흐르는 냇물에 추억이 흐르는데
흰 왜가리 한가롭게 머리 조악대고
가족 나들이 나선 정다운 모습
아빠 따라 아이들 다슬기 줍기에
신나는 웃음이 자지러 집니다
오솔길 따라 계곡 깊이 들어 갈수록
짙어지는 숲 향기에 취해 들고
푸른 밤송이 익어가는 풋 배나무
가을곁에 바싹 다가섭니다
나도 저기 저 완만한 언덕쯤에
황톳집 조그맣게 지어놓고
소박한 작은 정원에 꽃단풍 심고
한곁에 채마밭도 반달만큼 들여놓고
털 좋은 삽살개 한마리 키우며
달을 보고 짓게하고 함께 웃으며
결 고운 시나 쓰며 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을속으로 걸어가며 살고 싶습니다
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