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b>☆ 길 위에서의 생각 ☆</b>

아모스 33 2005. 7. 1. 12:59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의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